샬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비엔나 한인 교회 장황영 담임목사님과 온 교우님들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안부와 저희 사역지 소식을 전합니다.
6월부터11월에 해당하는 우기철은 필리핀을 태풍의 나라로 만듭니다. 빈번하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그리고 홍수..... 이 나라의 지난 수 개월은 자연 재해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고스란히 노출시킨 시련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불과 보름전만 해도 슈퍼 태풍‘망쿳’이 루손섬 북부지역을 시속300km의 돌풍을 동반하면서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산사태로 수백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였고, 추수를 한 달 앞두고 수확이 힘들어 질 만큼 벼농사 지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가난한 소작민 농부들은 큰 절망에 빠져 탄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파손된 전력 공급선이 복귀가 되지 않아8개 주500만 명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정자들의 무능하고 안일한 재난 관리와 대처는 생활의 터전을 빼앗긴 이재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태풍이20여차례 지나가는 필리핀 군도에 드리운 어떤 먹구름일지라도, 이 섬나라의 가난한 백성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끝없는 사랑의 빛을 이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금년도 여러 달 동안 네 개의 교회당을 세웠습니다. 달릭 교회, 산타 울리아나 교회,밤반 은혜 교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타 로사 교회 예배당 건축을9월 첫 주에 비로서 다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건축 과정도 돌이켜 보니 하나님의 비상하신 간섭을 수없이 경험한 은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통 여건이 지극히 열악한 산간 지대에 자리잡은 동네까지 건축 자재를 운반하는 일 조차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재를 가뜩 실은 수레를 끌고 질척한 진흙탕 가파른 오르막 길을 가쁜 숨 몰아쉬며 올라가던 카라바우 물소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웠던지요... 달릭 교회당 옆에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공동 화장실을 함께 지었습니다. 클락 인근에 떠돌던 무주택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조성한 콰드라 정착촌에 세운 밤반 은혜 교회는 현지인 사역자 부부를 위해 방 한칸 사택도 마련하였습니다. 오랫동안 기도해오던 네 곳 전도처의 예배당 건축을 마칠 수 있도록 재정을 채워 주시고, 돕는 일군들과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 한 동역자님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두 곳 예배당의 화장실과 의자들을 비롯한 필요한 예배당 기물들이 마련되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교센타에 아에타 여자 어린이 전용 생활관으로 쓰일 건물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우리 아에타 어린이들이 방 두 칸에서 지난4년을 생활해 왔는데 여자 어린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남.녀 분리된 생활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좁은 방 한 공간에서22명의 여자 어린이들이 부대끼며 생활하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의 내색조차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세워져가는60평 규모의 여자 생활관(에스더 홈)이 아에타 차세대를 이끌어 갈 우리22명 여자 어린이들의 소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쓰여지길, 여성 지도자로 성장하기 까지 요긴한 요람 터전으로 쓰여지길 소망합니다. 시멘트 벽돌이 올라가고 제법 집의 윤곽이 들어나면서 우리 아이들도 설레는 기대감으로 완공을 위해 기도를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건축을 마무리 짓고저 합니다. 필요한 재정이 순탄하게 채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대형 당첨금이 걸려있는 복권에 필리핀 백성들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며 오늘도 구매소 앞에 긴 행렬을 이루고 있습니다. 끼니를 거르면서도 구입한 복권을 긁고있는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을 봅니다. 어떤 요행도 대박도 우리의 근원적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신 주님께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살아가는 자녀들을 세상 끝날까지 지켜주실 것입니다. 믿음의 지팡이 하나 들고 나선 선교사의16년 여정 길을 지금까지 신실하게 붙들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합니다. “날로 더욱 귀하다” 찬송가 가사가 뜨겁게 용솟음 치는 우리 모두의 신앙 간증이 아닐까요?
부족하지만 심지 하나만큼은 올 곧게 나아가고저 합니다. 그리고 세계 선교 현장을 위해 기도해 주시며 넘치도록 헌신해 온 비엔나 한인 교회 담임 목사님과 온 교회 앞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깃발 아래 모인 우리는 함께 쓰임받는 소중한 동역자 들입니다. 항상 강건하시길 기원 합니다.
2018년9월29일 아라얏 산자락에서 유연석 선교사 올림